정월 초 사흗 날, 집에서 제일 좋은 옷으로 보이는 언니 옷을 입고 오로지 ‘도시에 가서 어떻게 살까?’만 생각하고 17세에 상경했다. 이유는 용돈이라고는 받아본 적도 없고 나나 형제자매들이 학교를 다닐 수 없는 형편이기에 그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그 때의 부산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었다. 믿고 찾아간 그 곳에 살고 있는 친척은 생각보다 어려운 삶을 꾸려가고 있었고 의지할 수는 없었다. 그 길로 다시 서울로 갔으나 첫 직장생활과 혼자만의 생활고가 시작되었고 삶도 마음도 견디기 힘든 삶이었다.
첫 직업이 영원한 직업이 된다는 말에 제대로 된 직업도 갖고 싶었다. 그래서 학교도 다니고 회사도 다닐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으나 계속 쏟아지는 코피로 부모님이 계시는 정읍으로 갔다. 그러다가 똑같은 삶이 싫어 다시 부산으로 가게 되었다.
여전히 어린 소녀가 견디기엔 마음도 몸도 고달픈 삶의 연속이었다. 또 그 와중에 남편을 만나 쉽지 않은 가정사를 꾸려 갔다. 아이도 낳았고 그렇게 주어진 나의 가정을 아이들만큼은 자갈길을 닦아주고픈 간절한 부모마음이 생겼다. 최악의 우울증, 공황장애, 강한 위축까지도 병원의 의지가 아닌 그런 부모의 마음으로 스스로 견뎌내고 공부하며 상담사까지 되었다.
그런 나의 삶을 있는 그대로 풀어보았다.
김경순
너와 내가 다르지 않게 보여지는 사람, 보여지는 나의 삶이 보이는 나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살아낸 속이야기 가 따뜻한 온기가 있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겸허한 삶을 살고 싶다. 누구나 내 마음이든 삶에 오면 따스한 마음 한 공기든 밥 한 공기든 지어주고 싶다. 그 따스한 밥을 먹고 나면 허기진 마음과 배가 채워져 서로의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 잘 살아내었으면 한다.